청와대 ‘연쇄살인 홍보지침’ 논란 확산 | |
경찰청에 “용산사태 대응위한 절호의 기회” 청 “공식적으로 보낸 바는 없다” 답변 애매 | |
강희철 기자 황준범 기자 길윤형 기자 | |
청와대 홍보기획관실 행정관이 ‘용산 사태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 사건을 적극 홍보하라’는 내용의 전자우편(이메일) 지침을 경찰청에 보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청와대의 부적절한 여론호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12일 청와대 이아무개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 앞으로 보낸 이메일이라며 “용산 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 사건’의 수사 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바란다”고 적힌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용산 참사로 빚어진 경찰.의 부정적 프레임을 연쇄살인 사건 해결이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언론이 경찰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니 계속 기사거리를 제공해 촛불을 차단하는 데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 적혀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자 브리핑에서 “공식적으로 보낸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비공식적 또는 개인적으로 보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고 “그것을 포함해 경위를 알아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적극적으로 알리라는 (취지로), 홍보하시는 분들이 홍보하는 분들한테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답변은 청와대 차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와 별개로, 최소한 홍보기획관실 행정관 차원에서 전자우편 지침을 보낸 사실 자체는 강력히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오후 대변인실 공식 입장을 통해 “거듭 말씀드리지만 청와대는 민주당 김유정 의원의 폭로와 같은 지침이나 공문을 경찰청에 내린 바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문제의 전자우편 수신자라고 주장한 박병국 경찰청 홍보담당관은 “청와대로부터 군포 연쇄살인 사건 홍보와 관련해 공문이나 전자우편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사건 홍보는 경찰의 일상적인 홍보 지침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청와대로부터 다른 지침을 받은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날 청와대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행정관 개인이 회의에 보고도 않은 채 그런 일을 할 수는 없다”며 “청와대 입장 변화를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민석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국민의 죽음을 또다른 죽음으로 덮으려 한, 청와대의 ‘살인마 띄우기’는 단죄되어야 한다”며 “국회는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338447.html 강희철 황준범 길윤형 기자 jaybee@hani.co.kr |
군포 연쇄살인 취재에 유난히 친절했던 경찰 | |
,피의자 마스크 벗겨주고 식사·기자실 편의제공도 안양사건과 태도 대비적…경찰 “언론사 요청 따른것” | |
김기성 기자 | |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여느 때와 달리, 언론에 유난히 친절(?)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연쇄살인 피의자 강아무개(39)씨를 검거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5일 그를 기자들 앞에 세웠다. 강씨는 이때만 해도 군포 여대생을 살해한 혐의만 인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당시 수사본부장은 강씨의 마스크를 벗길 것을 지시해 ‘흉악범’의 얼굴을 사실상 공개했다. 경기 안양에서 초등학교 여자 어린이 두 명을 유괴·살해한 뒤 주검을 끔찍하게 훼손했다가 지난해 3월 붙잡힌 정아무개(40)씨 사건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당시 여러 언론들이 흉악범 얼굴 공개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피의자 인권’을 내세우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경찰 스스로 채 1년도 안 돼 말을 뒤집은 것이다.
또 경찰은 지난 3일 “강씨가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책으로 내 아들이 인세라도 받게 하겠다는 특별한 진술을 했다”며 “자식에 대한 애정 표현으로 보인다”고 강씨의 심경까지 흘렸다. 수사 설명회 때 준비한 자료나 읽고 짧은 문답으로 끝내던 경찰의 평소 태도와는 대조적이었다. 이 때문에 취재기자들은 ‘군침’이 도는 내용이라면서도 뒷얘기를 풀어준 ‘호의’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경찰은 강씨 조사를 위해 프로파일러(범죄심리 분석관)와 함께 피의자의 마음을 어르는 ‘케어(care)팀’도 동원한다고 언론에 밝혔다. 경찰은 그동안 각종 수사에서 이들의 존재를 굳이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이번엔 각종 매체에 이들의 출연을 주선해, ‘흥미진진한’ 생활과 수사기법까지 알려지도록 했다.
게다가 사건 해결에 결정적 구실을 한 것은 형사들이 현장에서 찾아낸 증거물의 유전자 감식 결과와 강씨의 자백이었는데도, ‘프로파일러의 심리분석 결과’라는 말을 써가며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엮은 보도자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밖에 경찰은 현장 검증에 따라다니던 기자 100여명 등에게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가 하면, 널찍한 회의실을 기자실로 내주는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이와 달리 안양 초등생 사건 때는 경찰이 취재에 협조하지 않아 기자들이 경찰서 현관에 쪼그리고 앉아 보름 가까이 기사를 써야만 했다.
이에 대해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중대한 사건이어서 취재진에게 신속하게 자료 등을 제공했다”며 “프로파일러나 강씨 신문 형사 등을 공개하고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은 언론사들의 잇단 요청에 따른 것이지 어떤 의도나 지시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38443.html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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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혹스런 청와대 “홍보하는 분끼리 적극 알려라 한 것…” | |
‘청와대발 여론호도’ 문건 공개 전말 4일 의혹 입수, “제보” 확인에 국정원·경찰 허둥 11일 국회질문, ‘문건’ 묻자 한총리 “메일 알아보겠다” 11일 밤, 메일 발신·수신처·내용 드러나…청와대 당혹 | |
청와대 ‘홍보지침’ 파문은 지난 4일 김유정 민주당 의원실에 울린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됐다. 김 의원 쪽이 “대단히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고 전한 제보자는 “청와대가 경찰청에 전한 지시”라며 팩스 한 장을 밀어넣었다.
팩스에선 용산 참사 등으로 생긴 부정적 여론의 물길을 틀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 사건의 수사 내용을 적극 홍보하라”는 뜻밖의 내용들이 까맣게 찍혀 들어왔다.
김 의원은 사실일까 의구심을 품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제보자가 원본이나 사본을 보내준 게 아니라 원본 내용을 타이핑해 팩스로 보낸 것이어서 무책임한 야당의 의혹제기가 될까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 쪽은 확인에 나섰다. 그런데 경찰과 국가정보원의 반응이 석연치 않았다. 김 의원 쪽은 “국회 긴급현안질문을 위해 경찰청 홍보담당관실에 자료를 4일 오후 6시까지 요청했는데 잘 주지 않았다”며 “그러다 6일께 단도직입적으로 ‘그럼 청와대에서 보낸 목록만 가져오라’고 했더니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갑자기 경찰과 국정원이 예민하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가 김 의원에게 직접 전화하거나, 경찰 관계자가 의원실로 찾아와 “문건을 확보한 거냐” “이 내용을 (국무총리 등에게) 질의할 거냐”며 김 의원 쪽의 분위기를 엿보느라 바빠진 것이다.
김 의원은 “긴급현안질문 날짜가 가까이 오자 한 이틀 정도 경찰청 홍보담당관실쪽 연락이 되지 않다가 현안질문 전날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보내온 문건은 없다’는 짧은 답변만 왔다”고 말했다.
여전히 ‘긴가민가’하던 김 의원에게 ‘뭔가 있다’는 심증을 굳혀준 것은 11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나온 한승수 총리의 답변이었다. 한 총리는 김 의원의 물음에 “들은 바가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청와대에서 무슨 메일이 갔는지 뭐가 갔는지는 모르지만 알아보도록 하겠다”며 묻지도 않은 ‘메일’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문건’이라고 말했는데 한 총리가 도리어 ‘메일’로 고쳐 답한 것이다. 김 의원은 “한 총리가 이메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봐서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의혹제기와 함께 이날 밤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가 문건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도하자, 청와대는 당혹스러워 했다. 당사자인 이아무개 행정관과 해당 비서관(김철균 국민소통비서관)은 이날 언론의 전화를 피했다. 그런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떳떳이 나서서 관련 보도 내용 등을 정면으로 부정하면 되는데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의 확인 요청에 “공식적으로는 (문건을) 보낸 일이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행정관 개인이 사적으로 전자우편을 보낸 일도 없느냐’는 물음에는 “그걸 포함해 경위를 알아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홍보하는 분이 홍보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알려라’고 얘기한 거니까…”라고 말했다. 이런 내용이 전달된 가능성을 완전히 지우지 못하는 분위기가 엿보이는 발언인 셈이다.
논란이 지속되자 청와대는 대변인실 명의로 “김 의원의 폭로와 같은 지침이나 공문을 경찰청에 내린 바 없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했다는 ‘청와대 공문’은 청와대가 사용하는 공문이나 이메일 양식과도 다르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냈다. 공식적으로 공문을 내려보낸 적이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도 ‘행정관이 사적으로 전자우편을 보냈는지를 포함한 경위를 알아본 결과’를 속시원히 발표하지 않았다.
송호진 황준범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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